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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로 돌아갔으며, 월스트리트의 점령군들도 집으로 돌아갔다.
중동과 북아프리카 일대의 혁명인 ‘아랍의 봄’도 우리의 관심
을 끌었다. 물론 이후 발발하는 내전, 사회 혼란과 경제 쇠퇴,
종교 간 대립의 고조로 ‘아랍의 겨울’이 찾아오면서 어마어마
한 수의 난민이 발생했다. 하지만 이로 인해 그곳의 사정이 우
리 피부에 더욱 가까이 와 닿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결코 외면할 수 없을 만큼 세계주의의 폐단이 우리
눈앞에 분명하게 드러난 것은 영국인들이 투표로 EU 탈퇴를
결정했을 때였다. 이어서 도널드 J.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
선됐다.
최근의 화두는 불평등이다. 세상이 여전히 불공평하다는 것
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바다. 그러나 전 세계 엘리트의 대부
분은 다양한 증거를 내세우며 세계주의가 문제의 원인이 아니
라 해결책이라 믿는다. 하지만 엘리트들이 모여서 공론을 펼치
는 동안 좌절하는 사람은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내 고향 첼시의 주민들은 지금 화가 나 있다. 이제 그들은 열
심히 공부하고 열심히 일하는 것만으로는 안 된다고 믿는다.
그들에겐 길이 보이지 않는다. 그들은 속았다고 생각한다. 그
것도 수십 년간 말이다. 덕분에 내 동생은 도널드 트럼프에게
표를 줬고, 만약 어머니가 살아계셨다면 그분 역시 그렇게 하
셨을 것이다. 어머니였다면 지난 30년간 워싱턴 정계에 한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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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대 그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