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 -
P. 8
발 디딜 틈 없는 번화가로 걸어 나갔다. 정장 차림의 신사들을
스치고 높은 유리문을 지나서, 마침내 조용한 엘리베이터에 올
랐다. 미끄러지듯 위를 향하던 엘리베이터는 조용히 멈춰 섰
고, 우리는 복도에서 잠시 기다린 후 회사 중역들의 사무실로
들어갔다. 내 기억에 따르면 그곳은 은행이었는데, 바닥에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두툼한 카펫이 깔려 있었다.
안내를 받아 들어간 곳에는 ‘팀’이란 사람이 기다리고 있었
다. 우리와 만나게 된 것을 진심으로 반가워하는 눈치였다. 팀
은 한 사람씩 힘차게 악수를 나누었다. 그와 눈이 마주쳤을 때
나는 그의 눈에서 우리를 향해 뿜어내는 열의를 읽을 수 있었
다. 그가 물었다.
“여기서 일하고 싶어요?”
우리 중 한 명이 “네”라고 대답했고 나머지도 고개를 끄덕
였다.
“아무도 여러분을 막을 수 없어요. 누가 쓸데없는 소리를 하
면 그냥 무시해버려요. 성공하고 싶으면 열심히 공부하고 열심
히 일하면 돼요. 모두 자기 하기 나름이죠.”
그는 진심으로 그렇게 믿고 있었고, 그래서 나도 그렇게 믿
기로 했다.
그의 말이 옳았다. 공공 임대주택에 살던 내가 장학금을 받
아 대학교를 졸업하고, 박사 학위를 따고, 사업을 구상하고, 회
15
서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