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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 세계무역기구 회의장 앞에서 벌어진 닷새간의 시위는 그런
                 현실을 일찍이 우리 앞에 보여주었다. 이 시위는 본래 질서정

                 연하고 평화로운 친노동자 성향 항의 집회로 시작됐다. 그런데

                 여기에 반기업, 반핵을 위시하는 각종 반대의 기치               旗幟 를 내건
                 무정부주의자들이 가세해 거리 공연을 펼쳐댔다. 평화로웠던

                 시위는 급기야 젊은이들은 고무탄을 피해 다니고, 경찰들은 돌

                 멩이를 피해 다니는 난투극으로 돌변했다. 하지만 세계주의자
                 들은 거기에 별로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나중에 보니 그것은

                 경고 신호였다.
                   2008년 수년간 지속된 규제 완화, 은행 재정을 흔드는 위태

                 로운 도박, 가계에 침투한 몹쓸 희망은 금융위기를 불러왔고

                 세계 최대 은행들 중 일부가 무너지면서 전 세계는 충격으로 휘
                 청거렸다. 이어 2011년 뉴욕을 진앙지로 한 ‘월스트리트를 점

                 령하라   Occupy Wall Street ’ 운동이 시작되었다. 시위자들이 노숙도

                 불사하며 공식적으로 73일간 시위를 이어가자, 은행가들은 시
                 위자들이 폭력적으로 변하지 않을까 걱정하며 몸을 사렸다.

                   그해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은 ‘흥미진진’했다. 누구 하나 세계

                 경제가 얼마나 나빠질지,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 가늠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후 은행에 구제금융이 실시되면서 시장은 안

                 정을 되찾았다. 중국 지도부는 중국 경제의 엔진이 꺼지지 않

                 도록 수십억 달러를 투입했고, 전 세계의 엘리트들은 다시 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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