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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지는 것에 치중되어 있어. 그런데 많은 사람이 결혼을 생각하기보다는
어느 정도 검증된 사람을 소개받길 원해. 하지만 소개팅 사이트는 너무
가볍고, 그것을 통해 누군가를 만난다는 것은 신뢰성이 떨어져. 나는 그
중간으로 포지셔닝하는 사이트를 만들고 싶어.”
당시 저는 선배의 기획이 별로라 생각했습니다. 진입 장벽이 낮을 테
고, 이미 한 차례의 사업 실패로 인해 현실적인 시선으로 비즈니스를 바
라보게 되었죠. 하지만 피플랭킹 사업을 하면서 수많은 해외 사이트를 공
부했고, 그 과정에서 떠올린 좋은 아이디어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선배에
게 제안했습니다.
“woot.com이라고 아세요? 해외에서 한창 뜨고 있는 사이트라 눈여
겨봤는데, 하루 24시간 동안 딱 한 가지 물건만 판매하는 사이트예요. 사
람들에게 남은 시간만 알려주는데, 한 번 중독되면 매일 사이트에 접속
해서 오늘은 무엇을 파는지 확인하고, 남은 수량을 알 수 없으니 매진될
까 싶어 충동구매를 하게 되더라고요. 이 콘셉트를 소개팅 사이트에 접
목시키는 것은 어때요? 사이트가 메인이 되는 것이 아니라, 문자 메시지,
이메일로 하루에 딱 한 명만 소개해주고, 그들이 마음에 드는 이성일 때
만 연락처를 주고받게 하는 거예요.”
선배는 긍정적으로 답했고, 우리는 함께 기획을 발전시켜 나가며 부
활을 꿈꿨습니다. 1년 정도의 시간이 흐르고 기획이 완성 단계에 들어갔
을 때, 경제에 또다시 이상한 기운이 돌기 시작했습니다.
유럽 금융 위기. 리먼 브라더스 때의 트라우마가 강하게 남은 저에게
또다시 찾아온 금융 위기는 불안감에 떨게 만들었습니다. 주요 경제 신
문, 잡지 등에 ‘자본주의는 끝났다’라는 식의 기사가 도배되었습니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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