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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그 지식 중 단순히 받아들이는 것을 넘어 꾸준히 축적하고 질적 도약에
이르는 것은 또 얼마만큼일까요?
온라인 미디어에 올라오는 글들은 대부분 분량이 짧아요. 그러잖아도
복잡한 시대, 짧은 글이 주는 편안함과 가벼움이 좋을 때도 있죠. 하지만 그
저변에는 큰 문제가 도사리고 있습니다. 맥락에 대한 이해 없이 조각조각
들어오는 글들만 접하다 보면 지식과 정보도 단편적으로 머릿속에 자리잡
기 쉽습니다. 자기도 모르게 한 번에 소화하기 쉬운 짧은 정보/지식만 찾아
보게 됩니다. 그러다 보니 한 주제를 가지고 씨름하면서 시간을 들여 깊이
있게 사고하기가 힘이 듭니다. 이러다가는 사유思惟하는 능력을 정말 잃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인터넷이나 정보기기 따위는 상상도 못하던 시절에 지식은 정말 구하기
어려운 정치·사회적 재화였습니다. 옛날로 거슬러 올라갈수록 인간이 한
평생 접근할 수 있었던 지식의 양은 극히 적어지지요. 그렇게 지식이 희귀
한 재화였던 시기에, 동서양을 막론하고 옛날 사람들은 얼마 안 되는 지식
을 암송을 통해 외웠습니다. 당시 지식은 희귀한 만큼이나 독점적이고 배
타적인 정치적 재화이기도 했습니다. 특정 집단이나 가문의 사람들이 기
득권을 유지하기 위해서, 또는 나라의 문화와 핵심 가치관을 전승하기 위
해서는 반드시 후손들에게 그 지식이 빠짐없이 전수해야 했지요. 그 어떤
위기에도 가문·공동체·국가가 존속하려면, 그저 전수시키고 배우는 것
이 아니라 각인刻印, 말 그대로 뼈에 새기도록 훈련시키고 교육시켜야 했습
니다.
거듭해 읽으면서 외웁니다. 외운 것을 암송을 하면서 재확인하고 상기
합니다. 바로 지식의 ‘되새김질’입니다. 되새김질은 기억한 것들을 단순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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