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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기기로 말미암아 ‘편의’가 최고조로 강화된 사회에서 인간의 두

                  뇌는 할 일을 잃은 걸까요? 어쩌면 할 일이 너무 많아져서 그만큼 디지털
                  기기 의존도가 높아지는 것 같기도 하고요. 어쨌든 그러는 사이 익숙하게

                  쓰던 정신기능들이 많이 퇴화합니다. 암기력만 떨어진 게 아니라 마음이
                  산만해져서 집중도 잘 안 되죠. 인터넷과 스마트폰, 끊임없이 주인을 불러

                  대는 SNS 때문에 걸핏하면 신경이 분산되어서 진득하게 앉아 무언가를 읽
                  는 것에도 특별한 노력이 필요한 시대가 되었습니다.

                    오늘날 이런 상황을 가리켜 ‘디지털 치매’의 시대라고도 부릅니다. 특히

                  인터넷 강국으로 명성이 자자하고 IT가 급속도로 발전하는 한국에서는 그
                  폐혜도 엄청납니다. 시대의 흐름이니 어쩔 수 없다고 보기에는 모두가 치
                  르는 대가가 심상치 않아 보입니다. 이런 때일수록 정신을 집중해 거듭해

                  읽는 습관, 지식을 이해하고 밀도 있게 각인하는 경험이 우리 모두에게, 특

                  히 자라나는 학생들에게 절실합니다. 이른바 ‘아날로그식 사고로의 회귀’
                  가 필요한 거죠.

                    저는 현대인에게 암송이 ‘두뇌 디톡스detox’ 방편이 될 수 있다고 봅니
                  다. 디톡스라는 표현은 대체의학에서 ‘인체 내에 축적된 독소를 빼는 제독

                  요법’을 가리키는 것으로, 쉽게 말해 해독解毒입니다. 디지털 기기 때문에
                  우리 뇌는 늘 산만하고 분산된 환경에서 시달립니다. 정보를 차고 넘치게

                  받아들이다 보니, 정리하고 사용하기도 벅찹니다. 그러면 결과는 어떨까
                  요? 무가치한 정보들이 마치 찌꺼기, 독소처럼 쌓입니다. 이때 암송이 집중

                  하고 기억하고 각인하는 뇌로 다시 거듭나도록 독소를 빼주는 해독제, 곧
                  디톡스가 될 수 있습니다.

                    한편으로 저는 일부 뇌 기능의 퇴화를 가져온 것이 디지털 환경 문제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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