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것이 바로 암송이지요. 역사적으로 암송 교육은 문자와 시각 중심 교육보
다 비중이 훨씬 컸습니다. 한국만이 아니라 수많은 다른 문화권에서도 마
찬가지였지요.
암송 하면 그저 하늘천 따지 해가며 천자문이나 사서삼경을 외우던 옛
서당 풍경을 연상하겠지만, 그것은 암송이라는 큰 전통에서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습니다. 암송이란 지극히 동양적인 것이다? 엄밀히 말해 동아시
아에만 존재하는 교육법이다? 모두 틀린 얘기입니다. 암송은 전 세계에서
두루 행해졌습니다. 인도에서는 《우파니샤드》 《바가바드기타》 등 고대 불
교나 힌두교의 경전을 암송하는 것이 기본적인 지식 습득 방법이었습니다.
서양인들에게도 암송은 오래된 학습법입니다. 그리스인들은 호메로스의
서사시를 암송하고 외웠습니다. 지금까지 암송을 통한 교육을 유지하고 있
는 대표적인 예가 유대인입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암송 학습법이 창의력의
원천이라는 자부심이 강하지요.
시와 경전, 그리고 고전을 거듭해서 소리 내어 읽는다는 것은 단순히 좋
은 표현과 말씀을 달달 외우는 것이 아닙니다. 암송의 대상이 되는 텍스트
들은 사고의 초식 招式, 사고의 패턴(유형)이 담긴 보고寶庫입니다. 질문을 던
지고 답을 이끌어내는 과정들이 기록되어 있기 때문이죠. 암송은 바로 이
많은 사고의 초식과 패턴을 소리 내어 거듭해 읽으면서 완전히 내 것으로
만드는 과정입니다. 체화하는 것이죠.
뇌신경학자들에 따르면 우리가 이러한 과정을 반복할 때 뇌는 대상 자
체를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든 ‘정신의 패턴’을 모방한다고 합니
다. 뇌가 어떤 식으로든 이런 ‘정신의 패턴’들을 모방하지 못하면, 언어와
학문과 예술을 익히고 창조할 수 있는 고차적 의식, 곧 고등 정신기능이 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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