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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된 이 빛이 완벽한 직선을 따라 8분 19초 동안 이동하여,  살갗의
                     분자에 흡수되어 분자들의 진동을 증가시키고 뇌가 이 진동을 따뜻
                     함으로 해석하기 때문이다. 문명이 생기기 전에 일어난 핵융합이 지

                     금 우리의 뺨을 따뜻하게 데우는 것이다. 얼마나 멋지고 경이로운

                     이야기인가!
                       물론 모두가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가령 영국 낭만주의 시인

                     존 키츠John Keats의 1820년 서사시 <라미아Lamia>의 유명한 구절을

                     살펴보자.



                          차가운 철학의 손길이 닿기만 해도
                          모든 매력이 날아가버리지 않는가?

                          한때 하늘에는 외경스러운 무지개가 있었으나

                          이제 우리는 그 재료와 구조를 알기에
                          무지개는 흔한 것들의 지루한 목록 속에 있다.

                          철학은 천사의 날개를 잘라버릴 것이며
                          자와 직선으로 모든 신비를 정복하리라.

                          유령의 하늘도, 요정의 땅도 모두 비워버리고

                          철학은 무지개를 풀어헤치고 말리라.
                          연약한 라미아를 그림자 속으로 사라지게 했듯이.            5




                       키츠 연구자인 마거릿 로버트슨Margaret Robertson에 따르면, 빛이 물
                     방울에 비치는 현상으로 “무지개를 풀어헤치는” 이 “차가운 학문”의

                     저주는 겉보기 의미로 보아서는 안 된다. 대신에 이 우의적寓意的 시







                                                           1. 공원에서 산책하기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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