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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 손톱으로도 해를 가릴 수 있는지, 공원 보도블록이 왜 정육각형

                     모양인지 등등. 공원에서 나무가 우거진 구역에 들어갔을 때 나는
                     즉석에서 이런 말을 했다. 마른 잎에서 솟아나는 수선화들은 전부

                     네덜란드 정부가 9 · 11테러로 상처 입은 도시에 위로의 징표로 보내

                     준 선물이라고.
                       “무슨 수선화요?”

                       “어디에요?”

                       알뿌리들이 아직 꽃을 피우기 전이었지만, 분명 곧은 초록 줄기
                     들이 우리 주변에 널려 있었다. 며칠 후면 노란색 융단이 그 언덕을

                     아름답게 덮는다는 사실을 아는 학생은 안타깝게도 없는 듯했다.

                     하기야, 학생들한테 보이지 않는 세계의 미묘함을 설명해줄 물리학
                     자가 굳이 필요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작 필요한 건, 15년 전쯤

                     으로 돌아가서 세상의 온갖 것들에 호기심 어린 눈을 들이대며 이
                     렇게 묻는 일이겠지. “아빠, 저기 크고 통통한 풀잎들은 뭐예요?”

                       과연 그 큰 잎들은 무엇일까? 왜 저렇게 통통할까? 어디에서 생

                     겨난 것일까? 5살이라면 공원을 거닐면서 갖가지 질문을 떠올릴 나
                     이다. 내 어원사전에는 무엇, 왜, 어디에서와 같은 단어들이 옛 영

                     어, 고대 색슨어, 게르만 조어祖語, 그리고 고대 스칸디나비아어에서
                     왔다고 적혀 있다. 하지만 더 이른 기원이 있을지 나는 궁금하다. 가

                     령, 아이들이 말을 하기 훨씬 전부터 내는 ‘와아아’ 소리와 어떤 관

                     계가 있지는 않을까? 숨을 내쉴 때 나는 소리만큼이나 쉽고 자연스
                     럽기 때문이다. 그 소리는 유성 치경 설측 연속음인 ‘l’ 다음에 장모

                     음 음소 ‘i’가 오고 이어서 거센소리 ‘k’가 와서 이뤄지는 ‘like’보다







                                                           1. 공원에서 산책하기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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