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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일치로 산책이 결정됐다.

               나는 학생들을 이끌고 계단을 내려가 하역장을 통과해 120번가
             에 있는 퍼핀 연구소의 그늘 속으로 들어갔다. 왜 그늘 속이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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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북위 40.7도상에 있었고 격자 구조의 맨해튼 거리 는 대략
             동-서 방향이기 때문이었다. 봄날 오후 2시 40분에 지평선 위 태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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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 고도는 햇빛이 우리가 방금 빠져나온 13층 건물 을 넘기에 부족
             했다.

              “얼굴에 어떤 느낌이 드나요?” 내가 물었다. 한 학생이 어리둥절
             해하다가 입을 열었다. “좋은 느낌요.”

              나는 말을 이었다. “좋은 느낌이 드는 까닭은 오늘 질소와 산소,
             기타 미량의 공기 분자들이 초속 약 450미터로 움직이다가 당신의

             피부 분자들과 초당 수십억 번 충돌하기 때문입니다. 이 충돌이 피

             부의 온도 감지 신경세포에 단백질 상호작용을 일으키고, 이로 인
             해 전기신호가 뇌의 시상하부로 전송됩니다. 이 신호가 이곳이 나

             와 놀기 좋은 환경이라고, 즉 따사로운 곳이라고 전전두엽에 알려주

             는 겁니다.”
              비록 몇몇은 ‘항성 핵합성이나 들을걸 그랬네’ 했겠지만 아무도

             티를 내지는 않았다. 그래서 우리는 120번가를 따라 서쪽으로 발걸
             음을 옮겨 리버사이드파크에 들어섰다.

              걸으면서 나는 학생들에게 여러 불가사의한 현상들을 풀이해줬

             다. 하늘은 왜 푸른지(바다 색깔이 비쳐서 푸른 것이 아니다. 바닷
             물을 유리잔에 넣는다고 하늘색이 되는 걸 본 적이 있는가?), 왜 상

             온보다 포장도로가 더 따뜻한 느낌이 드는지, 팔을 위로 뻗어 어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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