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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아스를 출렁이는 물에서 떼어놓지 않았는가?
엘핀을 초록 풀밭에서 그리고 나를
타마린드 나무 아래의 여름 꿈에서 떼어놓지 않았는가?
당당히 밝히건대 나는 오늘날에도 위세를 떨치는 이런 낭만주의
적 입장에 공감하지 않는다. 포가 탄식하는 숲과 물의 요정(각각 하
마드리아데스와 나이아스)은 정말로 사라졌는지 모른다. 달의 여신
아르테미스는, 이제 우리가 알기에, 더 이상 빛나는 여신이 아니라
하나의 둥근 암석 덩어리다. 달은 45억 년 전에 생긴 지구의 표면에
서 떨어져나와 날마다 밤하늘의 정해진 자리를 따라 움직인다. 왜
냐하면 근처에 있는 지구 때문에 시공간의 미묘한 왜곡이 생겼고,
이로 인한 가상의 곡면을 따라 돌게 되었기 때문이다. 나는 이것을
“따분한 현실”로 보지 않고 인간의 호기심과 상상력, 그리고 분석력
의 위대한 승리라고 여긴다.
이런 논의는 단지 취향 차이에 관한 문제가 아니다. 지금 우리 종
의 실존적인 문제다.
키츠의 <라미아>가 발표됐을 때, 세계 인구는 막 10억을 넘었다.
유럽인과 미국인의 기대수명은 약 38살이었다. 이후 기대수명은
2배가 됐고 세계 인구는 7배 이상 늘어났다. 호모사피엔스가 처음
10억 인구에 도달할 때까지는 약 15만 년이 걸렸는데, 마지막 10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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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보태지는 데는 고작 12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우리는 지구상 이
용 가능한 거의 모든 생태구역에 터를 잡았다. 단, 우리가 각 구역
에 기존 생명의 다양성을 보호해줬는지 여부는 논외로 하자. 지금
1. 공원에서 산책하기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