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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풍경을 형성했던 마지막 큰 힘의 직접적인 결과였던 것이다.
이어서 우리는 공원의 가장 오래된 나무들이 어떻게 나이테의 동
위원소를 구성함으로써 지난 150년 동안의 온도와 습도 기록을 지
니고 있는지 논의했다. 벌은 주변 풍경이 더 알록달록하게 보이도록
해주는 자외선에 민감하기 때문에 크로커스꽃이 벌과 우리의 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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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르게 보인다는 사실도 논의했다. 그리고 벌은 푸른 하늘을 구성
하는 산란된 빛의 편광각을 이용해 비행한다는 사실도 논의했다.
학생들을 보내기 전에 나는 과학의 가치를 역설했다. 필수교양 과
목을 이수하기 위한 강의가 아니라 세계관을 풍성하게 하는 방법을
학생들에게 알려준 시간이었다. 가령, 꽃을 상이한 파장의 빛을 저
마다 다른 방식으로 흡수하고 반사하는 정밀하게 프로그래밍된 분
자들의 배열로 바라보면, 꽃을 볼 때의 미학적 경험이 더욱 깊어진
다. 일부 파장은 오직 수분 매개자(곤충-옮긴이)만 감지할 수 있다.
그러한 ‘보기seeing’는 전자기 에너지 다발이 꽃잎에서 사방으로 튀어
오르고, 그중 극히 일부 광선만이 우리 눈 가운데의 작고 검은 점
으로 들어옴으로써 생기는 수동적인 현상이다. 이 광선들은 투명한
렌즈 하나에 모여서 통과하며, 빨간색과 초록색과 푸른색 빛에 반
응하는 특수한 분자 세 가지 중 하나에 흡수된다. 이 분자들은 한
벌의 전자기 신호를 발생시키며, 이 신호는 시신경을 따라 초당 10미
터의 속도로 머리 뒤쪽의 일차시각피질로 이동한다. 거기서 다시 피
질 내 다른 변환장치들을 십여 군데 거쳐 크로커스꽃의 영상을 생
성한다. 이미 알고 있는 꽃이라면 꽃의 이름을 뇌의 단어 저장 구역
에서 꺼낼 수 있다. 이 모든 과정 또한 너무나도 경이롭다. 분명 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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