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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서 생긴 화석연료에서 나온다고 말한다. 그런데 우리가 이 연료를
소비해온 기간은 몇백 년으로, 자연이 그 연료를 만들어낸 속도보다
100만 배 더 빠르다. 여러 경고와 달리, 지금보다 더 빠르게 연료를
소비해도 화석연료는 앞으로 몇 세기 동안 쓸 수 있을 정도로 많이
남아 있다. 하지만 쓰레기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쓰레기의 영향은
정말이지 심각하다. 이 문제를 연구하는 지질학자들에 따르면, 최
근에 지구가 진입한 새로운 지질시대인 인류세Anthropocene에서는 지
구의 지질학적·화학적·생물학적 체계가 오직 한 종에 의해 결정된
다. 그 종이 바로 호모사피엔스다.
포의 숲속 요정이 우리가 이런 상황에서 벗어나는 데 도움을 줄
리 없고, 아르테미스 여신이 우리를 도피처로 데려다줄 리도 없다.
마찬가지로 풍부하고 ‘깨끗한’ 천연가스가 지구온난화를 멈추지 못
할 것이며, 동종요법이 암을 완치하지도 못할 것이다. 백신을 거부한
다고 해서 자폐증이 없어지지도 않을 것이고, 혜성 꼬리에 숨은 외
계인이 지구로 내려와 우리를 구해주지도 않을 것이다. 오직 인류의
상상력과 창의성이 과학이라는 체계적이고 비판적인 호기심과 맞물
려야만 우리 종의 앞길이 열릴 것이다.
이 책은 경고이면서 동시에 축사이고자 한다. 우선 경고부터 말
하겠다. 언론이나 모든 정치계급, 그리고 일반대중이 과학에 대체로
무지하거나 적대적이면 우리 문명은 현재의 위기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이 말은 단지 의견이 아니라 사실이다. 우리 문명이 실제로 어
떻게 달라질지는 짐작만 할 수 있지만, 나는 그런 짐작을 삼가고자
한다. 하지만 가까운 미래에 우리 앞에 펼쳐질 것으로 보이는 시나
1. 공원에서 산책하기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