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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걸 원하지는 않지만,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를 상상하
며 현재를 외면하는 일은 잦다. 이제는 안다. 지금까지 내 생애
대부분의 시간을 ‘다음은 뭘까?’를 생각하며 써버렸다는 사실
을. 저녁을 먹으면서 다 먹으면 무슨 책을 읽을지 또는 무슨 영
화를 볼지 생각한다. 그리고 그런 생각을 하느라 정작 지금 먹
고 있는 맛있는 매시포테이토를 음미하지 못한다.
‘다음은 뭘까?’는 내 삶을 오랫동안 지배했다. 어렸을 때는
이다음에 커서 어른이 되면 어떤 삶을 살게 될지 끊임없이 생
각했고, 좀 더 큰 다음엔 대학을 졸업하면 내 삶이 어떻게 될지
를 생각했다. 계속 그런 식이었다. 그리고 그 때문에 더 충만한
삶을 살지 못했다. 랠프 월도 에머슨 Ralph Waldo Emerson 의 말을 빌
리면, “우리는 언제나 살아갈 준비를 할 뿐, 정작 삶을 살지 않
는다”.
세계 여러 주요 종교가 갖는 기본 교의는 지상의 삶이란 영
생 Real Life , 곧 내세에서의 영원한 삶에 이르기 위해 거치는 보잘
것없는 단계일 뿐이라는 것이다. 지상에서의 사명은 천국에서
의 삶을 준비하는 데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먼저 천국을 누릴
자격을 얻어야 한다. 이것 말고는 현세의 삶은 큰 의미가 없고,
따라서 지상에서의 삶은 ‘다음은 뭘까?’의 연속일 수밖에 없다.
매 순간의 초점을 내세에 맞추기 때문이다.
오늘날 기독교 전도자들은 설교 중에 이 점을 반복해서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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