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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명언집에 맨 처음 수록한 구절이다. 쾌락주의가 그저 자
기중심적인 젊은 애송이의 망상이 아니라 유서 깊은 철학사조
임을 깨닫자마자 나는 쾌락주의가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그때
에도 나는 나 자신이 매사에 신중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았던
것 같다. 되도록 많은 즐거움을 누리고 싶었지만 도를 넘고 싶
지는 않았다. 두려웠다. 에피쿠로스가 내 흥미를 끈 것도 이 때
문이다. 에피쿠로스는 신중한 쾌락주의자였다.
최근 들어 에피쿠로스가 생각 많은 학생들에게 다시 주목받
는 듯하다. 에피쿠로스 사상에는 뉴에이지를 떠올리게 하는 뭔
가가 있다. 사후 몇천 년이 지나 바티칸 도서관에서 발견한 에
피쿠로스의 격언을 보면 마치 자동차 뒷범퍼에 붙이는 선불교
풍의 스티커 문구 느낌이 난다. 한마디로 에피쿠로스는 명언의
왕자였다.
위 명언에서 에피쿠로스는 서로 연관된 두 가지 사실을 지적
한다. 첫째, 갖지 못한 것을 갈구하는 것은 지금 갖고 있는 것의
가치를 깎거나 심지어 없애기까지 한다. 둘째, 갈구하는 뭔가
를 실제로 얻었을 때 그 결과를 곰곰이 생각해보면 전부 원점
으로 돌아갈 뿐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곧 또 다른 뭔가를 갈
구할 테니 말이다. 교훈은 이거다. 현재를 즐겨라. 즐길 수 있는
만큼.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한 에피쿠로스식 전략에서 빼놓을 수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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