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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는 게 삶을 멀리 보지 않기 때문이다. 퇴비 더미에서 맛있지
만 살짝 썩은 고등어 조각을 찾아 주저하지 않고 먹는다. 몇 시
간 뒤면 분명히 배탈로 고생할 텐데도. 스누커즈한테 ‘나중’이
란 뭘까? 녀석은 순수하게 매 순간을 즐기며, 미래의 결과를 분
석하는 일 따위는 하지 않는다. 가련한 녀석 같으니. 가능한 선
택지를 놓고 손익계산을 하는 건 고사하고 선택지 하나하나에
가치를 매기는 방법조차 모른다. 우리 인간은 그보다는 미래에
훨씬 잘 대비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잠깐, 정말 그럴까? 현대 심리학자들은 인간이 만족
스러운 결과를 예측할 수 있다는 견해에 심각한 의문을 던진
다. 하버드대학교 대니얼 길버트 Daniel Gilbert 교수의 주목할 만한
저서 《행복에 걸려 비틀거리다 Stumbling on Happiness 》에 따르면, 우
리 인간은 배우자 탐색에서 거처를 정하는 일에 이르기까지 무
엇이 스스로를 행복하게 만드는지를 예측하는 데 형편없는 기
록을 보여준다. 대부분의 경우 아무리 심사숙고해서 결정한다
해도 실제로 행복에 이를 확률은 동전 던지기로 정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선불교스러운 에피쿠로스의 가르침은 아직도 내 취향을 완
벽히 저격한다. 사실 에피쿠로스의 저작을 처음 읽었을 때보다
지금이 더욱 그렇다. 보통 나는 현재를 외면하면서까지 더 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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