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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구를 적어넣을 때 무슨 기분이었는지 아직도 생생하다.
강적이 출현했다! 드디어! 급진적 자유로 상징되는 사회 분위
기와 더불어 1960년대가 시작됐고, 난 마치 시험에 든 기분이
었다. 불현듯 에피쿠로스식의 신중한 쾌락주의는 겁쟁이의 허
세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내 허세 말이다.
아리스티포스는 에피쿠로스식의 쾌락에 대한 어설픈 해석
따위는 하지 않는 노골적이고도 진정한 쾌락주의자였다. 숨어
있는 위험이나 충동적 행위에 따른 달갑지 않은 결과같이 ‘만
약’을 걱정하며 당황하지도 않는다. 자신이나 타인에게 해를
끼치지 않도록 조심해서 쾌락을 추구하라는 훈계도 하지 않는
善
다. 그리고 당연하겠지만 ‘선 ’이라는 이름으로 이 모두를 손가
락질하는 일도 없다.
아니, 이 고대 그리스 철학자는 우리에게 진흙탕에 뛰어들라
고 등을 떠민다. 딱 요즘에 쓰는 글자 그대로 쾌락주의자가 돼
야 한다는 것이다. 순수한 쾌락 탐닉. 호색한! 짐승!
아리스티포스는 혹시 이런 얘기를 한 것일까? 옆자리에 끝내
주게 잘생긴 금발의 왕자님까지 타고 있는 그야말로 완벽하게
멋진 스포츠카?
바로 그렇다. 그게 당신에게 ‘가장 강렬한’ 쾌락이라면.
난교파티라도 괜찮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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