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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랑 오늘 밤을 보내야 하지? 우조(물을 더하면 뿌옇게 색이 변하는
그리스 전통주 : 옮긴이)를 마시고 취하는 게 더 재미있을지도 모
르는데 왜 아편을 피워야 하지? 난 하비브가 동네 타베르나(그
리스 지방의 작은 레스토랑을 가리키는 말 : 옮긴이) 테라스에서 멍하
게 몸을 떨고 있는 걸 꽤 여러 번 봤다. 넘치는 부를 주체하지
못하는 모습에 종종 터져나오는 웃음을 참아야 했지만, 정작
하비브 본인에게는 웃어넘길 문제가 아니었다. 쾌락주의로 인
해 불안해진 것이다.
그래도 나는 여전히 아리스티포스의 분명하고 직설적인 쾌
락주의에서 신선한 뭔가를 발견한다. 긍정적 의미에서, 무엇보
다 다른 철학자들의 사상에 비해 단순하다. 아리스티포스는 지
적인 쾌락이 감각적 쾌락으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확신한 사람
이었다.
이 내용을 이해할 수만 있다면 우리 집 개 스누커즈는 분명
아리스티포스의 사상에 동의할 것이다. 그러나 아리스티포스
가 말하는 삶의 비결을 내가 따라갈 수 없는 이유 또한 분명하
다. 스스로를 즉물적 욕구로만 가득 찬 동물로 보는 게 나는 못
내 불편하다. 오해하지 마시라. 난 진심으로 동물을, 특히 스누
커즈를 사랑한다. 하지만 인간으로서의 내 의식을 아무래도 부
정할 수 없다. 내가 얼마나 인간중심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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