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5 -
P. 15
중년의 내담자가 이런 하소연을 한 적이 있습니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잊어버렸어요. 이젠 내가 뭘 좋
아하는지도 기억나지 않습니다.” 결혼 이후 자기 욕망을 잃어
버린 걸 안타까워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내가 아니라 남을 기쁘게 해주는 것을 즐거
움으로 삼아왔다고 고민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내 인생에
서 행복을 찾는다는 느낌이 아니라 남의 인생에서 즐거움을
얻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어릴 때는 부모님이 좋다는 걸 좋
다고 생각했고 부모님이 옳다고 말하는 걸 그대로 따랐고요.
지금은 배우자와 아이들이 원하는 걸 하면서 그들이 좋아하면
저도 좋아합니다. 다른 사람들의 SNS를 보면서 그들이 좋아
하는 걸 즐기고요.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처음
부터 내가 좋아했던 건 뭐지? 이게 정말 내가 좋아하는 건가?
지금이라도 제가 정말로 좋아하는 걸 찾을 수 있을까요?”
내가 욕망하는 것이 진정으로 내가 욕망하는 것이 맞는가.
정신과 의사로 30년 가까이 일하며 삶의 여러 문제들을 고민
하게 되는데 그 가운데 하나가 ‘사람들은 자신이 진짜로 원하
는 것을 잘 알고 있을까?’ 하는 겁니다. 나에게 가장 좋은 것,
내가 원하는 것은 내가 제일 잘 알고 있을 것 같지만 막상 결정
적인 선택의 순간이 오면 혼란스러워합니다. 내가 진짜로 원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