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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돌아가는 노동자는 평온한 이미지로, 공감과 감사가

            어우러진 전원시의 단골 주제였다. 시인 제임스 톰슨은 이렇게
            썼다.



                시골 청년이 앞에 있는

                가축 떼를 우리에 몰아넣네
                어미소가 음메 하고 우는 동안
                활기 띤 오두막, 배를 불릴 기대감.




              클레어가 인정한 대로 하루의 노동이 끝나면 안도감이 느껴
            졌지만, 날씨에 상관없이 걸어서 일터를 오가는 일은 낭만적이
            지 않았고 음산한 겨울 몇 달간은 특히 그랬다. 농업 조합장 조

            지프 아치는 어린 시절을 냉랭하게 기억했다. “어두운 새벽, 농

            사꾼인 어린 조 아치는 시골길을 터벅터벅 걸어 달팽이 기어가
            듯 마지못해 일터로 갔다. 어깨에 맨 배낭에는 책이 아니라 하루
            치 양식이 들어 있었다.” 작가 윌리엄 호위트가 《영국의 시골생

            활》에서 그린 풍경은 전통적인 전원생활이 아니었다. 노동자들

            은 “고독한 들녘에서 생활하고, 집과 일터까지 깊고 쓸쓸한 골
            짜기를 지나고 밤에는 그림자 드리운 길을 오갔다. 갈림길을 지
            나고 적막한 황무지를 건너는 내내 좋은 점이라곤 없었다.” 대

            부분 걸어서 통근했기에 노동업무의 앞뒤에 신체적 고단함이

            더해졌다. 《노인 도공》이라는 자서전에서 찰스 쇼는 도자기 공
            장의 아동 노동자 시절을 회상했다. “14~15시간 노동한 뒤 지친


            36     1장|고독, 나 그대와 거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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