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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들과 섞여 지내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프라이버시를 누릴 중

               요한 수단이었다. 작가 마일스 젭Miles Jebb의 표현처럼 “걷기
               는 복닥거리는 생활에서 독립을 만끽하고 사시사철 자연과 교
               감하는 복된 순간을 선사했다”. 별도로 기록되지 않고 연구 대

               상도 아니었지만 도보 활동은 고단한 생활에서 가장 간단하고

               싸고 훼방 없는 휴식 방법이었다. 동반자 동행 여부는 소중한 선
               택 사항이었다.
                 어느 시점에서 자연스런 도보가 명확한 산보로 변했다. 공방

               이나 농장 등지의 일꾼들은 고용주와 가사노동으로부터 벗어나

               걸을 짬을 연중 언제나 낼 수 있었다. 클레어의 〈일기〉에는 노동
               중간이나 후에 “들판을 거닐었다”는 대목이 연속해서 나온다.
               숙련공들이 1주에 엿새 내내 일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런던에서

               여행용 반바지를 만들던 이는 영업이 부진한 틈을 복잡한 도시

               를 벗어나 걷는 기회로 삼았다.


                   화창한 날씨에 나는 자주 들판에 나가 산보했고, 이

                   틈을 타 런던에서 반경 5~6마일 내의 모든 도로, 시

                   골길, 오솔길을 돌아다녔고, 멀리 서리까지 가기도 했
                   다. 이런 나들이에는 거의 동반자가 없었다. 보통은 2
                   페니짜리 빵을 사서, 도로나 시골길에 있는 선술집에

                   서 1페니에 산 맥주 반 파인트를 곁들여 먹었다. 이게

                   내 식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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