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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로 유고는 자유를 잃고 줄곧 이곳에서 일하고 있
다. 다람쥐 가면을 쓴 채 익살스럽게 행동하면서 놀이공
원 청소도 하고 손님들에게 놀이기구를 추천하기도 한다.
여기서 일한 지 몇 년째인지 세는 것도 포기했다. 집에
가고 싶어서 안달하기도 하고 언젠가 부모님이 찾으러 와
줄 거라는 희망도 가져 봤지만, 그 바람도 이젠 멀어져만
갔다.
점점 햇빛이 힘겹게 느껴진다. 전에는 밝은 한낮이 그
립고 기다려졌는데, 지금은 아침이 오면 머리가 아파서
건물 안으로 도망쳐 버린다. 자기 스스로 어둠과 친해지
며 〈천옥원〉의 일부가 되어 가는 것 같다.
‘이제 두 번 다시 집에 돌아가지 못할 거야. 가족도 만
나지 못할 거야. 그렇다면…… 다른 손님도 나처럼 되게
해 줄 거야. 나만 당할 순 없지!’
지금은 오로지 이 생각으로 버티고 있었다.
‘오늘도 똑 부러지게 일해서 이 〈천옥원〉의 어둠으로
끌어들여 주마. 나만 불행해지는 건 억울하니까.’
곱지 않은 마음을 먹으면서 유고는 일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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