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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코 고는 소리 때문에 제대로 잠을 잘 수가 없다니
까! 어휴, 진짜 시끄러워!”
한번은 아버지가 고토미의 코 고는 소리를 녹음해 들
려준 적도 있었다.
“고토미, 네 코골이가 이 정도야.”
“크어어어엉, 푸아아아아.”
마치 들짐승이 으르렁거리는 듯한 소리에 어찌나 당
황스럽던지. 고토미는 그 뒤로 집이 아닌 다른 곳에서 자
고 오는 것이 불안해졌다. 가족들의 불평쯤은 견딜 수 있
지만 반 친구들한테 고약한 잠버릇이 알려지는 건 절대로
안 된다. 모처럼 반에서 인기 있는 아이가 됐는데, 무시무
시한 코골이가 밝혀지면 웃음거리가 될 게 뻔했다. 무슨
수를 쓰더라도 수련회를 무사히 보내야 했다.
‘잠을 자지 말고 밤새도록 버텨 볼까? 잠을 안 자면 코
도 안 골 테니까.’
그러나 고토미는 잠을 너무 잘 잔다. 베개에 머리를 대
자마자 곯아떨어질 정도다. 낮에 친구들과 신나게 놀고
나서 잠들지 않고 버티기란 불가능했다.
‘어떡하면 좋지?’
제로 젤리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