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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은 얼굴이 창백해졌다. 사흘 뒤까지 돈을 구하지
                     못하면 당장 살 곳이 없어진다. 하지만 돈을 빌릴 만한

                     친구도 없고, 돈이 될 만한 물건은 진작에 다 전당포에

                     맡겨 버려 더 이상 팔 물건도 없다.
                       가족에게 도움을 청할 형편도 아니었다. 잔의 부모도

                     조부모도 이미 다 돌아가시고 안 계시니까.
                       하늘 아래 홀로 남겨졌다는 고독함이 잔의 온몸에 사

                     무쳤다.
                       그러나 오랜만에 가족을 그리워한 덕분에 잊고 지냈

                     던 기억 하나를 떠올렸다.

                       “그랬지! 할아버지의 오두막집!”
                       잔의 외할아버지 샤를은 통나무 오두막집이 있는 숲

                     속에서 살았다. 조상 대대로 살아온 오두막이라면서 할
                     아버지는 그 집을 아주 좋아했다.

                       잔도 어릴 적에 몇 번 그곳에 간 적이 있다. 나무와
                     풀, 흙에서 나는 싱그러운 냄새를 맡고, 커다란 난로가

                     있는 통나무 오두막집에 들어가면 잔은 마치 옛날이야
                     기 속의 주인공이 된 것만 같았다.

                       할아버지는 잔에게 비밀을 하나 일러 주었다.







                                                         십자석 — 수호석의 기억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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