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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해졌다. 학교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 식탁에 앉아 계산기를 두

            드리는 어머니를 볼 때면 어머니의 걱정이 어린 메리에게까지 고
            스란히 스며들었다. 세금 고지서와 영수증을 뒤적거리며 내뱉는

            묵직한 한숨 소리와 어머니의 움츠러든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

            는 상황에서 메리는 걱정이 크게 늘었다. 불확실한 미래도 두려
            웠지만 무엇보다 자신이 어머니에게 짐이 되는 것이 아닐까 무서

            웠다. 그래서 메리는 학교에 가져갈 도시락을 직접 만들고 자기

            빨래도 알아서 척척 하는 자립심 강한 아이가 되었다. 어머니의

            스트레스를 덜어주는 동시에 자신이 느끼는 무력감을 해소하기
            위해서였다. 어린 메리는 어머니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할 일 목록’에 이런저런 집안일들을 더해갔다.

               메리의 어머니는 아주 상냥하고 다정한 사람으로, 다른 사람
            들 앞에서 금전적 문제에 대해 한탄하거나 메리가 스스로를 짐처

            럼 느끼게 할 만한 행동을 한 적이 전혀 없었다. 그럼에도 메리의

            인생에서 경제적 결핍에 대한 두려움, 타인에게 의존하거나 짐이
            되는 것에 대한 공포가 움튼 것은 바로 이 시기다. 부모의 이혼이

            라는 사건은 어린 메리가 감당할 수 없는 큰일이었다. 메리는 공

            포, 나약함, 무력감을 느꼈다. 그 어린 나이에 메리는 견디기 어려

            운 이 느낌에서 벗어나기 위해 두 번 다시 타인에게 의존하지 않
            겠다고 다짐했다. 혼자 힘으로 돈을 벌고, 필요한 것들은 알아서

            해결하겠다고 말이다. 메리가 걱정하는 최악의 상황이 실제로 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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