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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지금 안 가면 지각이야.”
               오늘 아침은 지옥을 피할 길이 없다.

               동네에 친구가 없으니 스쿨버스를 함께 탈 친구도 없다. 누

             구라도 있었으면 그나마 견딜 만했을 텐데 정말 끔찍하다. 작
             년에는 오빠라도 있었지만 올해부터 오빠는 고등학생이 되었

             다. 이제 리빙스턴 중학교 최악의 인물을 오롯이 나 혼자 상대

             해야 한다.
               집에서 정류장까지 거리가 얼마 안 되는데도 그 생각만 하면

             수시로 꾸는 악몽이 떠오른다. 악몽은 무시무시한 추격전으로
             시작해 내가 건물에서 떨어지는 것으로 끝난다. 끝없이 떨어

             지는 강렬한 느낌에 비명을 지르고 또 지르다가 잠에서 깬다.

             문제는 잠이 깬 뒤에도 닥쳐올 일이 더 남아 있는 것처럼 두렵
             다는 거다. 정류장까지 가는 기분도 똑같다. 무슨 일이 일어날

             지는 몰라도 좋은 일이 아니라는 것만큼은 확실하다.
               “온다, 북한 공산당이 온다!”

               아침마다 스쿨버스를 탄다는 것은 알아주는 골통 토비아스

             로드니 손톤이 버스에서 유일한 동양인 학생에게 쏟아내는 인
             종 차별을 꼼짝없이 듣고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 유일한 동

             양인 학생이 바로 나, 주니 김이다. 버스에 유색 인종이 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토비아스는 버스에서만큼은 흑인이
             나 라틴계 남자애들을 건드리지 않는다. 걔네는 혼자가 아니

             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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