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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물이었다. 손정의는 이 아이디어를 가지고 음성 신시사이저 연구로
유명한 포레스트 모더 교수를 찾아갔다. 그리고 그의 도움을 받아 음
성 전자 번역기를 개발했다. 돈도 없고, 인맥도 없는 청년이 오직 ‘섞
는’ 방법 하나로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제품을 만들어낸 것이다.
스무 살을 갓 넘긴 손정의는 이 발명품을 일본의 전자회사 샤프에
무려 1억 엔을 받고 팔았다. 그렇게 사업을 시작할 수 있는 자금, 인
맥, 자신감을 얻었다. 전혀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세 단어를 ‘섞은’ 데
대한 보상이었다.
패션도 섞어야 성공한다
2021년 11월 세상을 떠난 버질 아블로는 희한한 디자이너였다. 그는
건축을 전공했으며, 패션을 정식으로 공부한 적은 한 번도 없다. 명품
브랜드에서 일한 경력이라고는 펜디에서 인턴 생활을 한 것이 전부
다. 그런 패션 초짜가 2018년 루이비통의 간택을 받았다. 164년 루이
비통 역사상 최초의 흑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임명됐다.
그는 패션 장인이 아니었다. 유명 패션스쿨의 졸업장도 없었다. 아
틀리에에서의 그럴듯한 경력도 없었다. 천을 자르고, 바느질하는 기
술도 없었다.
버질 아블로는 ‘섞기’의 장인이었다. 무엇을 섞었냐고? 랄프로렌의
서브 브랜드 럭비의 플란넬 셔츠를 40달러에 구입했다. 그리고 그 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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