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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미친놈이 뇌 수술이 침착하고 이성적인 과학이래? 지난
주 수술 망친 것 때문에 좀 긴장되네. 초짜 시절로 돌아간 기분이
라니까. 나 낼모레 은퇴하는 전문의 맞아?”
“그날이 제에발 빨리 와야 할 텐데요.”
레지던트에게 이제 이런 농담까지 듣는다. 빨리 옷 벗으라는
이야기를 이렇게 대놓고 하다니. 전문의 일자리가 별로 없어서 요
즘 수련의들은 모두 자신들의 미래를 걱정한다.
“어쨌든 그 환자는 좋아질 수도 있잖아요. 아직 단정하시긴 이
르죠.”
“과연 그럴까.”
“사람 일은 아무도 모르니까…….”
“글쎄, 그럴지도 모르지.”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우리는 환자의 뒤쪽에 서 있었다. 마취
로 의식이 없는 환자가 앉은 자세로 세워져 있다. 마이크가 일찌감
치 그의 머리카락을 목 뒤쪽부터 가늘게 한 줄로 밀어낸 상태였다.
나는 재빨리 남자의 뒤통수를 갈랐다. 이어 마이크가 피를 석션하
고 나는 두개골에 구멍을 뚫을 수 있도록 목의 근육들을 벌렸다.
“근사하네요.”
두피를 절개하고, 근육을 당겨 벌리고, 두개골을 절제하고, 뇌
막을 열어젖힌 뒤 나는 수술 현미경을 가져와 자리를 잡고 앉았다.
다른 뇌종양과 달리 송과체종을 수술할 때는 뇌를 가를 필요가 없
다. 두개골 밑에서 뇌와 척수를 덮고 있는 뇌막을 열기만 하면, 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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