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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 영혼이 소통한다고 했다.
송과체종양, 일명 송과체종은 신경외과에서 매우 드문 케이스
로 꼽힌다. 양성 종양의 경우라면 반드시 없앨 필요는 없다. 악성
종양은 방사선요법과 화학요법으로 제거한다 해도 환자에게 치명
적일 수 있다. 그나마 과거에는 악성 종양은 수술할 수 없다고 여
겼는데 요즘은 그렇지 않다. 현미경을 사용하여 얼마든지 수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요즘은 적어도 생검(진단을 위해 환자 몸에서 조직을 떼
어내는 것 - 옮긴이) 수술만큼은 필요하다고들 여긴다. 생검으로 종양
의 유형을 확인해야 환자를 치료할 최선의 방법을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송과체는 뇌 한복판에 깊이 묻혀 있어서 그걸 수술하는 일은
외과 의사들의 말대로 일종의 도전이다. 거대한 봉우리를 올려다
보는 등반가처럼, 신경외과 의사들은 송과체종이 보이는 뇌 스캔
을 공포와 흥분이 교차하는 눈길로 바라본다.
기억에 남는 송과체종 환자가 있다. 이 환자는 자기가 목숨이
위험한 병에 걸렸으며 이제 딱히 손쓸 길이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
이기 매우 힘들어했다. 그는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던 회사의 중역
이었다. 밤마다 그는 지끈지끈한 두통으로 잠에서 깨기 일쑤였는
데, 2008년 금융 붕괴의 여파로 수많은 사람들을 해고해야 했던
스트레스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검사 결과, 그에게 송과체종과 급
성뇌수종이 있었다. 뇌 속을 흐르는 뇌척수액의 순환을 종양이 가
로막는 바람에 한쪽에 쏠린 뇌척수액이 머릿속의 압력을 높이고
모든 외과 의사의 마음 한구석엔 공동묘지가 있다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