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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 6번과 7번 사이 척수에 종양이 있었다. 수술은 무사히 진행됐
는데 이유를 알 수 없이 환자가 오른쪽 반신이 마비된 채로 수술에
서 깨어났다. 내가 종양을 너무 많이 떼어내려 하다가 신경 조직을
건드린 것 같았다. 자신감이 지나쳤던 게 틀림없었다. 두려움이 부
족했다. 이번 수술, 송과체종 수술은 부디 잘되기를 갈망했다. 이
번에는 행복한 결말이 있기를, 그 후로 모두가 행복하게 살기를,
그래서 다시 한 번 나 자신과 사이좋게 지낼 수 있기를.
후회가 아무리 쓰라려도, 수술이 아무리 잘됐어도, 결과로만
보자면 나로 인해 그 젊은 여성의 몸은 망가졌다. 내가 무슨 짓을
해도 절대 이전으로 되돌릴 수가 없다. 나의 불행과 슬픔 따위는
그녀와 그녀의 가족이 앞으로 헤쳐 나갈 일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
니었다. 그러나 아무리 간절히 바란다 한들 송과체종 수술이 잘되
리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이전 수술이 잘못되었으니 이번 수
술은 잘되리라는 보장 역시 어디에도 없다. 수술의 결과는 내 통제
밖에 있다. 종양이 양성이건 아니건 내가 종양을 제거할 수 있건
없건 다 마찬가지다. 종양이 가망 없이 뇌에 들러붙어서 모든 것이
소름끼치게 잘못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시간이 지나면 내가 그 젊
은 여성에게 저지른 일에 대해 느끼는 슬픔은 희미해질 것이다. 팔
다리가 마비된 채 병상에 누워 있는 그녀에 대한 기억은 나에게 아
픈 상처가 아니라 하나의 흉터가 되겠지. 프랑스의 외과 의사 르리
슈가 ‘모든 외과 의사는 마음 한구석에 공동묘지를 지니고 살게 된
다’고 말한 것처럼 내 마음속에도 또 하나의 묘비가 생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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