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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서둘러 환자를 지나치는 편이 훨씬 더 쉽다. 용기를 내어 병실

                   로 들어가 그녀 옆에 앉았다.
                      “좀 어떠십니까?”

                      내가 무력하게 물었다. 그녀는 나를 보더니 얼굴을 찡그리며
                   말없이 성한 왼팔로 마비된 오른팔을 가리킨 다음 들었다 놓았다.

                   팔이 침대 위로 맥없이 떨어졌다.

                      “전에도 수술 후에 이런 경우를 본 적이 있는데, 그분들은 몇
                   달이 걸리긴 했지만 그래도 경과가 점점 좋아졌습니다. 저는 진심

                   으로 환자분도 많이 나아지실 거라고 믿습니다.”
                      “수술 전에는 저도 선생님을 믿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왜 선생

                   님 말을 믿어야 하죠?”
                      뭐라 대답할 말이 떠오르지 않아 거북하게 발만 뚫어져라 내

                   려다보았다.

                      “그래도 믿을게요.”
                      잠시 후 그녀가 말했다. 내가 불쌍했겠지.

                      그녀와 어색하고 짧은 대화를 마치고 바로 수술실로 돌아왔
                   다. 송과체종 환자는 이미 마취에서 깨어나 있었다. 간호사가 그의

                   머리카락에서 피와 뼛가루를 씻어내는 동안 그는 흐리멍덩한 눈으
                   로 베개를 베고 누워 있었다. 마취과 의사와 수술진이 그를 중환자

                   실로 보낼 준비를 하느라 그의 몸에 달린 수많은 튜브와 케이블을

                   바쁘게 정리하며 큰 소리로 웃으며 떠들고 있었다. 환자가 그렇게
                   무사히 깨어나지 않았다면 그들은 그저 묵묵히 일하고 있었을 것





                                            모든 외과 의사의 마음 한구석엔 공동묘지가 있다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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