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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보이는데.”
“지금까지는.”
“일은 예기치 않을 때 잘못되는 법이야.”
그가 자기 수술실로 돌아가며 대답했다.
다시 잠을 잘 수 있게 된
송과체종 환자
몇 시간이 지나고 마침내 주위 뇌 구조
를 하나도 손상시키지 않고 종양을 모두 제거하는 데 성공했다. 두
개골을 닫는 등의 마무리는 마이크에게 맡기고 나는 수술실을 빠
져나와 입원 환자를 보기 위해 병동으로 걸음을 옮겼다. 내가 담당
하는 입원 환자는 두세 명뿐이었는데, 그중 한 명이 바로 일주일
전에 반신이 마비된 젊은 여성이었다.
마침 그녀는 혼자 있었다. 수술 후유증이 심한 환자에게 갈 때
는 자석의 같은 극이 서로를 밀어내듯 모든 것이 내 의지와는 반대
방향으로 밀려나는 느낌이다. 병실 문의 손잡이도 무거운 납덩이
마냥 돌아가지 않는 것 같다. 머뭇머뭇 미소를 띠려는 나를 환자의
침대조차 밀어내는 듯 느껴진다. 지금 나는 어떤 역할을 연기해야
하는가. 그녀 앞에서 의사는 이제 악당이자 가해자, 아니면 기껏해
야 무능한 자일 뿐이다. 더 이상 영웅도 아니고 전능한 존재도 아
니다. 그렇게 역할이 곤두박질치게 되면 의사는 아무 말도 하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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