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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펠로우 시절 의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증상들을 연구하면
                   서 표면적으로는 건강하지만 몸이 좋지 않거나 일상생활을 못할 정도

                   로 아프다고 걱정하는 환자들을 자주 만났다. 많은 환자들이 답을 구하

                   기 위해 응급실을 전전하거나 여러 의사들을 찾아다녔다. 환자가 느끼
                   는 상태와 의사가 확인한 검사 결과가 맞지 않는다는 것은 무척 난감한

                   일이다. 이것이 나를 토끼들로 이끈 바로 그 이상한 패턴이었다. 어떻게

                   누군가는 의학적으로 병에 걸렸지만 건강한 생활을 하고, 다른 누군가
                   는 의학적으로는 병이 없지만 몸이 안 좋다고 느끼는 것일까? 의학적인

                   관점에서 이 두 가지 상황을 설명할 수 있는 방식이 과연 있을까?

                      로체스터대 의료센터의 내과 전문의 조지 엥겔George Engel 박사는 이
                   에 대한 대담한 답을 제시했다. 1977년 4월 8일, 《사이언스》는 생물학

                   만으로 인간의 질병을 설명하려는 미국 의학계에 널리 퍼진 믿음에 의

                   문을 제기하는 엥겔 박사에 대한 기사를 실었다. 엥겔 박사는 의학이 질
                   병을 삶에 존재하는 더 넓은 맥락 안에서 보지 않고 신체적 지표에만 한

                   정된 연구에 집중한다고 여겼다. 그는 확립된 생체의학 모델의 관념은

                   이 분야의 ‘심각한 결함’이며 인간의 건강을 설명하기에 충분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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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 충고했다.  불완전한 진리가 위험한 정설로 채택된 것이다.
                      엥겔 박사는 의사로서 ‘병’과 ‘병이 아닌 상태’ 사이의 애매한 회색지

                   대에 관해 더 자세히 알고 싶었다. 그는 “환자와 환자 개인으로서 및 인
                   간으로서의 특성”을 자세히 살펴보면 회색지대에 대한 설명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한마디로 엥겔 박사는 벨라와 데이지 같은 환자들의

                   차이점을 밝혀내기 위해서는 진료실에서 사용하는 어떤 기구보다 더







                   Chapter 1. 건강의 사회적 결정요인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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