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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기로 배우겠다는 원칙을 세운 다음, 처음 떠올린 것은 바
                이올린이었다. 그런데 바이올린을 배우고 있던 친구가 말하
                기를, 바이올린 현에서 소리를 내는 데만 최소 반년이 걸린

                다는 것이다. 성미 급한 내가 바이올린에 대한 마음을 접는
                시간은 1초도 안 걸렸다. 그런데 클래식 기타 수업을 시작해
                〈로망스Romance〉의 첫 번째 테마를 연주할 수 있게 되기까

                지 반년쯤 걸리고 보니, 바이올린도 해볼만한 거 아닌가 하
                는 생각이 들었다. 바이올린을 배우러 가겠다는 결정을 내리

                는 시간도 1초밖에 안 걸렸다. 당근마켓 앱이 없는 나를 위
                해 S가 그 자리에서 곧바로 연습용 바이올린을 단돈 3만 원
                에 구입해주었다.



                  그렇게 시작된 바이올린 수업은 예상했던 대로 기기묘묘
                한 소리를 내면서도 매회 빠지지 않았다. 한 줄의 현에서 소

                리가 제대로 날 때까지 연습하는 게 지루하거나 싫증이 나
                지 않았다. 집에 돌아와서 악기를 케이스에서 꺼내어 복습
                을 했다면 좀 더 빨리 실력이 늘었겠지만, 그런 일은 내게 있

                을 수 없다. 나는 학교에 다녀오면 책가방을 팽개쳤다가 다
                음 날 학교 갈 때에나 다시 집어 드는 스타일이기 때문이다.

                이때 다시 한 번 깨달은 사실은, 내 비록 성미가 급해서 성과
                를 빨리 얻고 싶어하는 건 여전하지만, 매주 친구를 만날 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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