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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한 부하 직원이 있었습니다. 장래가 촉망받는 인재로 중간에

             미국 유학을 떠났는데 귀국하자마자 회사를 그만두겠다고 했습
             니다. 해외에 나가 넓은 세상을 보고 나니 생각이 크게 달라진

             것이었겠죠.
               당황한 것은 인사부였습니다. 저를 찾아와서 그를 붙잡아달라

             고 부탁했습니다. 무엇보다 그가 저를 존경하고 있으니 제가 나

             서서 남아 있으라고 하면 거절하지 않을 거라는 말이었습니다.
               저는 진지하게 고민했습니다. 그를 억지로 붙잡으려면 어떤

             조건이 필요할까 하고요. 고민 끝에 두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하나는 내가 그보다 오래 사는 것. 또 하나는
             내가 틀림없이 사장이 되는 것.

               “나는 너보다 오래 살 것이니 너를 평생 보살펴줄 수 있다. 게
             다가 사장이 되는 것도 확실하니 절대 너에게 나쁜 일은 없을

             것이다.” 그렇게 잘라 말할 수 있다면 남아 있으라고 해도 되겠

             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두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할 수 없었습니다. 우

             선 그보다 나이가 많습니다. 자연스럽게 생각하면 제가 먼저 죽

             을 확률이 높지요. 향후 제가 사장이 될지 안 될지도 전혀 알 수
             가 없었습니다.

               결국 저는 그를 붙잡지 않았습니다. “그만둘 생각입니다”라

             고 인사하러 찾아온 그에게 “그래, 열심히 해보게”라고 말하고






             54                                           인생의 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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