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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동품 상점을 구경하는 즐거움 중 하나는 신기한 기계장치들의

              기능을 추측해보는 것이다. 지금 내가 들여다보고 있는 기계는 얼룩
              덜룩한 무쇠로 만들어졌다. 한쪽 측면에 달린 크랭크가 일자형 구멍

              이 뚫린 원반을 수직으로 회전시켜 작은 컵을 통과하게 한다. 기계

              를 구석구석 살펴보고 손잡이를 돌려봐도 이 기계의 용도를 도무지
              알 수 없어서 판매원에게 물어본다. “체리씨 빼는 기계입니다.” 판매

              원이 대답한다. 그렇지! 기계의 기능을 알고 나니 바로 그 구조를 이

              해할 수 있다. 길쭉한 구멍 안으로 체리를 떨어뜨리면 막대기가 밑
              으로 내려와 씨를 발라낸다. 용도를 알고 나니 이 기계가 고장 난 상

              태라는 사실도 알 수 있다. 크랭크가 매끄럽게 돌아가지 않는다. 그

              리고 이 기계가 제대로 작동한다 하더라도 오늘날에는 별로 유용할
              것 같지 않다. 요즘에 생산되는 체리는 알이 굵은데 이 기계의 원반

              에 뚫린 구멍들은 너무 작다.
                여러 가지 감정도 체리씨 빼는 기계와 같은 이유에서 당혹감을

              불러일으킨다. 감정 자체는 아주 자세하게 설명할 수 있지만 그 감

              정들이 필요한 이유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기본적인 의문들도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 감정이란 무엇인가? 이렇게 물으면 열 명의 전문

              가가 열 가지 대답을 내놓는다. 가장 기본이 되는 감정은 몇 가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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