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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판단은 모든 것의 바탕이 됩니다. 그러나 우리는

               판단을 가볍게 여기며, 일말의 고민도 없이 서둘러 판단
               을 내리기도 합니다. 우리는 무엇이 좋은지 너무 빠르게

               그리고 자주 판단하기 때문에, 어느 순간부터는 판단해야

               할 대상이 그 자체로 좋은 것이라 여기기 시작하죠. 그러
               나 우리 바깥의 것들 중 본래부터 좋은 것이란 없으며 모

               든 것들은 변하기 마련입니다. 오로지 고결한 성품만이

               진정으로 좋은 것입니다. 에픽테토스의 글에 심취한 로마
               황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겉보기에 가치 있어 보이

               는 것들을 판단하기에 앞서 그것들의 물리적 본질을 상기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훌륭한 식사란 한낱 돼지나 물고

               기의 사체일 뿐이다” 하는 식으로 말입니다. 그렇다면 비
       사는 게 불안한 사람들을 위한 철학 수업
               싼 기기나 고급 승용차 역시 금속과 플라스틱덩어리일 뿐
               이겠죠. 이런 화려한 물건이 지니고 있는 듯 보이는 가치

               는 우리가 판단으로 부여한 것일 뿐, 실제로 그 사물 자체
               의 속성이 아닙니다.




               에픽테토스의 말에 따르면, 우리가 자신의 판단을 완전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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