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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나는 사건이다 보니 한 명이 반대했을 뿐인데도 사건을 다
시 들여다보아야 했다. 그런데 사건의 흐름을 되짚으며 상황을
재현하거나 증거 자료들을 꼼꼼하게 살펴보는 과정에서 배심
원들은 어쩌면 소년이 무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소년이 유죄라고 생각한 열한 명의 배심원들은 직업도, 가치
관도, 살아온 배경까지도 모두 다 달랐다. 소년의 무죄를 추정
한 8번 배심원은 상대에게 영리하게 접근했다. 배심원들 각각
이 처한 상황이라든지 처지를 이해해주면서 서서히 소년의 입
장에서 생각해볼 수 있도록 물꼬를 터준 것이다. 특히 마지막까
지 소년의 유죄를 주장하던 3번 배심원을 설득해내는 장면은
이 영화의 백미다.
3번 배심원은 말도 잘하고 청중을 집중시키는 힘이 있어서
처음에는 다른 배심원들이 그의 의견을 따르는 분위기였다. 그
는 피의자로 지목된 소년이 “죽여버리겠어!”라고 말한 것을 두
고 이런 위험한 말로 상대를 위협했으니 소년은 유죄라고 강하
게 주장했다. 그런데 자신을 뺀 모두가 8번 배심원에게 공감하
며 소년이 무죄라고 의견을 바꾸자 결국 폭발하고 만다.
“그동안 별일을 다 봤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군요. 빈민가
출신인 소년을 동정해 이야기를 꾸며내며 다른 사람을 설득하
044 크리에이티브는 단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