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 -
P. 14
고 회장은 이 의견에 탐탁지 않아했다. 그렇게 투덜대며 걷던 중, 때마침 반대
방향에 ‘건국대학교 3.8km’ 표지판이 나타났다. 고 회장은 좀 더 안전한
대학교를 원했다. 동아리방처럼 개방되고 따뜻한 공간을 찾을 수 있을 거란
희망에 우린 다시 반대 방향으로 걷기 시작했다. 그렇게 판초 우의가 홀딱
젖은 상태로 1시간 반을 걸어 건국대학교 충주캠퍼스에 도착했다. 첫 여행의
첫날 밤. 우린 결국 안락한 곳은 찾지 못하고 비에 젖은 채로 이름 모를 건물
현관 앞에서 노숙을 하게 되었다.
떠나 보기 전에는 미처 몰랐던 수많은 진리들
하필 장마철이라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비가 내렸다. 비를 피하랴 잘
곳을 구하랴 이래저래 어려웠지만 우린 희망을 잃지 않았다. 첫 목적지였던
충주호를 지난 후부터 지도를 펴고 사진을 찍을 만한 관광 명소들을 점으로
찍어 가까운 곳부터 차례로 찾아갔다. 대부분 히치하이킹을 하거나 걸어서
다녔고 아침저녁을 이장님 댁이나 미리 챙겨갔던 쌀, 비상식량 등으로
해먹었다. 점심은 보통 굶었다.
그렇게 여행한 지 3일차, 우린 일상의 소중함을 정말 뼈저리게 느꼈다. 비가
올 때는 돌아다니지 말고 집에 있는 것이 최고라는 것, 자동차는 정말 빠르고
편리하다는 것, 특히 마음씨 좋은 사람들이 아직 많다는 것. 그 짧은 시간 동안
류시형 » 사람 » 한국 무전여행
내지_최종_152x200.indd 22 2018. 5. 9. 오후 9: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