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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달라서 서로의 빈틈을 채운 세 남자
일생일대의 사진가로 발돋움할 촬영 여행을 혼자 떠난다는 상상은 애초에
해 보지도 않았다. 친구들과 어울려 놀기 좋아하던 때라 동행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이름보다 별명으로 익숙한 고 회장과 설 프로가 그 주인공이다. 이
둘은 나와 같은 과, 같은 사진 동아리 동기였다. 화장실에서 사업(?)을 너무
오래 한다고 고 회장, 당구는 잘 못 치는데 프로처럼 폼만 잡는다고 해서 설
프로였다. 우린 티격태격 많이 싸우기도 했지만 제법 잘 맞았다. 극단적으로
낙천적인 나와 비판적이고 현실적인 고 회장은 여행 도중 여러 번 대립각을
세웠지만, 설 프로는 그 사이를 시소처럼 오가며 중재를 잘 해주었다.
여행을 막 떠날 때만 해도 두 친구들은 나처럼 돈을 아예, 한 푼도 안 쓸
무전여행을 생각하지 않았다. 이 엉뚱한 생각은 나의 고집에서 시작된
것이었다. ‘대책 없는 낙천주의자’라는 닉네임은 이때부터 썼던 것 같다.
가진 것이라곤 카메라 1대뿐이었지만 멋진 사진을 찍어보겠다는 일념 하나로
출발했던 첫 무전여행은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첫 목적지였던 도시 충주는
내가 생각했던 평온한 호반의 도시가 아니었다. 가로등 하나 없이 칠흑같이
어두운 거리에는 네온사인이 화려한 러브모텔이 즐비했고 비까지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다. 지나가는 사람에게 물어물어 다음날 목적지로 정한 충주호
방향으로 20분 정도 걸었다. 눈앞에 아파트 단지와 대형마트가 나타났다. 난
아파트 내 공원의 정자 같은 곳이나 주차장에서 비를 피하며 잘 생각이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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