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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삐 풀린 새내기 대학생, 자유를 맛보다
2002년 서울 모 대학 입학식. 지방에서 갓 상경한 나는 한참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미성년자였을 때는 즐길 수 없었던 여러 제약에서 풀려나는
대학이라는 신세계 앞에서 막 기지개를 펼 참이었다.
기숙사에서 지내다 보니 부모님의 간섭도 줄어들었다. 자유가 찾아온 것이다!
지방 각지에서 온 다양한 친구들을 만나고 다양한 경험들을 시작할 수 있었던
대학 생활에서 내가 선택한 첫 번째 경험은 사진이었다. 사진은 찍는 것도
재미있지만 어두운 암실 속에서 내 손의 감각에만 의존해 필름을 현상하고
인화하는 과정이 더 흥미로웠다. 처음부터 끝까지 내 손, 내 감각, 내 기술로
탄생하는 흑백 사진의 매력은 대단했다. 그저 사진이 좋았다.
모든 일이 그렇듯, 좋아하니 잘하고 싶었고 잘하려니 목수가 연장 탓한다고
좋은 카메라를 사고 싶었다. 카메라를 사려고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찌는
듯 더운 한여름, 화덕이 2개나 있는 인도 레스토랑에서 종일 설거지를 하는
일은 쉽지 않았지만 한 달만 참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한 달 후 돈이
입금됐다. 점찍었던 카메라를 사고 나니 자연스럽게 촬영 여행을 떠나고
싶었다. 배낭을 샀다. 그리고 침낭, 매트리스, 버너…. 아, 필요한 물건은
왜 이렇게나 많은지! 결국 돈은 계속 줄어들어 여행을 떠나기엔 턱없이
부족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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