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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물생심이라더니 주식이 사고 싶더라
눈에 보이면 욕심이 생긴다는 ‘견물생심(見物生心)’이라는 말처럼 경제신문
을 계속 읽다 보니 주식을 하고 싶어졌다. 군대에서 신문을 읽으면서도 ‘아,
지금 상황에서는 이 주식인데.’, ‘이 기업 괜찮은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주
기적으로 들었다.
그래서 간혹 산속에서 전술훈련을 할 때면 전화로 주식매매 주문을 내
기도 했다. 당시 소대장 월급이 세후 100만원 안팎이었고 군 간부들은 거
의 대부분 휴대폰 하나씩은 갖고 있던 시기였다. 심지어 야외 훈련 시 급한
경우에 군 무전기보다 휴대폰을 사용하는 일도 종종 있었다. 속된 말로 땅
개(=보병)라서 산속에 있는 시간이 많았으니 가끔 전화로 주식매매하는 일이
가능했다. 주식시장이 살아나던 1998년 하반기 이후 대우증권을 이용해서
400~500만원 정도의 투자금액으로 전화로 주식을 매매하곤 했는데 이때마
다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듯이 뒷북만 치는 신세였다. 수익은커녕 주식매
매를 연습하는 수준에 지나지 않았다. 1998년과 1999년 당시 내가 했던 주
식투자는 신문지상에 오르내리는 종목들 중에서 기자들이 써놓은 미사여
구에 현혹되어 단기간의 수익을 쫓는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주식투자에 있어서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어떤 종목들을 매매
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차라리 당시에 군부대 근처의 김포 땅을 사
놓았다면 지금쯤 땅값이 수십 배 이상 올랐을 것이다. 하지만 뭘 모르는 가
운데에도 IMF 외환위기 시절의 주식시장에 대한 두려운 기억은 명확히 남
아 있으니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면 그것만으로도 훌륭한 경험이 되지 않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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