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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고 하셨지. 그러니 돈을 드렸겠지? 그런데 생신날이 되자 음식 대신 권

                      총 두 자루를 내놓으며 이렇게 말씀하시더래.

                         “외국에서 독립운동을 한다면서 생일잔치가 다 무엇이냐.”

                         창암은 이렇게 의협심 강한 아버지와 단호하고 씩씩한 어머니 사이에

                      서 자랐어. 어린 시절에는 온갖 말썽을 부리는 개구쟁이였는데, 아홉 살

                      때부터 정식으로 글공부를 시작했다고 해. 워낙 가난해서 공부를 하기 어


                      려웠는데도 글을 배우기로 한 데에는 이유가 있었지.

                         한번은 이런 일이 있었어. 집안 할아버지 한 분이 딸을 혼인시켜 사돈

                      을 맞이하면서 서울에서 사 온 갓을 썼어. 그런데 이것이 나중에 동네 양

                      반들에게 들켜 혼이 난 거야. 당시에 갓은 양반들만 쓸 수 있었거든. 이 일

                      을 들은 창암이 아버지에게 물었어.

                         “그들은 어찌해서 양반이고 우리는 어찌해서 상놈입니까?”


                         “그 집안에는 진사가 셋이나 있으니 양반 노릇을 하는 게다.”

                         아버지의 대답에 창암은 다시 물었어.

                         “그럼 어찌해야 진사가 됩니까?”

                         “글을 공부하여 과거에 급제하면 진사가 될 수 있다.”

                         신분 때문에 차별받는 것이 싫었던 창암은 그때부터 글공부를 시켜 달

                      라고 졸랐어. 아들의 성화에 아버지는 마을의 상민 아이들을 모아 작은 서


                      당을 열어 주었지. 창암은 열심히 공부했고, 마침내 과거를 치렀어. 아,





                                                                                                   김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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