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싶을 때 카페 가고, 외식하고 싶을 때 외식할 수 있으려고 간소
하게 산다. 덜 쓰는 연습 덕분에 미래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에
서 조금씩 벗어나고 있다.
돈을 멀리하려는 게 아니다. 삶 전반에 골고루 행복을 깔아
두기 위해서 절약한다. 간소한 삶, 내가 할 수 있을 만큼의 절약
덕분에 세상에 대한 무한한 용기와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 전
용면적 약 17평인 작은 집에서 4인 가족이 살며 좋은 점들을
발견했고, 에코백이 있는데 가죽가방을 구태여 사야 할까 반
문하는 무딘 사람이 돼버렸다. 대형 SUV가 없어도 별일 없다
는 것도 깨달았다. 큰돈을 쓰지 않아도 내 삶은 충만하다.
더불어 할 수 있는 일도 늘었다. 자산관리를 할 줄 알게 되었
고, 더 많은 음식을 뚝딱 요리해서 차려낼 수 있게 됐다. 장난감
없이도 아이들과 노는 법을 터득했고, 이제는 영유아 학습지에
의존하지 않고도 오감놀이를 할 수 있다. 돈을 뺀 자리에 노동
이 들어가야 했기에 더 많은 일을 할 줄 알게 되었다.
돈 덜 쓰는 일, 어렵지만 한 번쯤 해봄 직하다.
* 장강명, 《한국이 싫어서》, 민음사, 2015년, 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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