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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화 한 켤레만 2년 동안 신고 다니는 게 반년마다 바꿔주

                 는 것보다 편할 줄 알았다. 집 앞 공원 나들이가 20킬로미터 떨
                 어진 동물농장 나들이보다 더 수월할 줄 알았다. 쉽고 간단해
                 보였다. 고작 ‘하지 않는’ 행위일 뿐이니까. 어려울 리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마음잡고 절약한 지 3년 즈음이 되서야 알았다. 돈 덜
                 쓰는 삶이 돈을 소비하는 삶보다 어렵다는 걸. 간소한 삶은 마
                 음만 먹으면 바로 실천할 수 있는 삶의 양식이 아니었다.

                   간소한 삶을 막연히 상상할 때는 쉬운 듯했다. 옷을 덜 사고,

                 키즈카페에 안 가고, 쓰던 스마트폰 계속 쓰는 게 쉽고 간단해
                 보였다. 돈 안 쓰는 자리를 노동으로 채워야 할 줄은 몰랐다. 장
                 난감을 사주지 않으려면 놀이터로 가서 모래놀이를 해줘야 했

                 다. 외식하지 않고 집밥을 먹으려면 마트에서 장을 보고 조리

                 대에서 한참을 움직여야 했다. 간소하지만 정갈한 집에서 우아
                 하게 햇볕 만끽하며 녹차를 마시는 삶일 줄 알았더니, 그 민낯
                 은 냉장고 청소를 하다가 구석에 처박힌 북어채를 보고는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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