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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또 봉투에 만 원 한 장씩 넣어서도 생활했고, 안 쓰는 물건은
             중고장터에 모두 팔아버렸다. 신용카드를 잘라 쇼핑도 삼갔다.
               처음부터 잘할 리는 없었다. 쓰는 삶과 덜 쓰는 삶을 왔다 갔

             다 했다. 그러나 마음먹고 절약해보니 점차 소비 패턴을 바꿀 수

             있었다. 외식보다 집밥을 먹었고, 키즈카페보다 도서관과 공원
             에 갔으며, 카페에서 원두를 사서 직접 커피를 내려 마셨다.
               왜 돈을 덜 써야 할까? ‘돈’에 대한 질문의 끝에는 늘 어떤 삶

             을 살고 싶은지에 대한 고민이 묵직하게 자리했다. 나는 ‘행복 분

             산 투자’를 위해 절약한다. 지금도 행복하고, 5년 뒤, 10년 뒤 그
             리고 백발 호호 할머니가 되어서도 행복하려고 하루 식비 1만
             5,000원씩 계산하며 생활하는 중이다.

               돈을 안 쓰면 왠지 고통만 있을 법하지만 그렇지 않다. 안 쓰

             면 남는다. 자본주의의 에너지인 돈이 잉여 자본으로 차곡차곡
             쌓인다. 이렇게 한 푼, 두 푼 쌓은 돈으로 죽을 때 금관을 짜려
             는 건 아니고, 그렇다고 두 딸에게 유산으로 남겨주려는 것 또

             한 아니다.

               계좌에 점점 더 늘어나는 숫자 0은 불안한 미래를 대비하기
             위함이고, 노후의 안락한 생활을 위한 보루이다. 금융위기가
             터져도, 직장을 잃어도, 혹은 퇴직을 해도 지금처럼 카페 가고








             28   인생에서 중요한 것만 남기는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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