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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고 있던 식재료를 발견했어!’ 하며 신나하는 삶이었다. 결코
             편안하지 않았다. 단순할 줄 알았던 ‘덜’ 하는 일상을 본격적으
             로 시작하면서 온몸이 피로해졌다.

               돈은 굉장히 편리한 교환 수단임을 깨달았다. 그동안 노동을

             돈 주고 메꿔왔던 것이다. 그러니 쓰는 삶은 쉬웠고 간소한 삶
             은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마냥 쓰는 삶은 불안했다. 돈에 의존할 때마다 삶의

             방향키를 빼앗긴 기분이 들었다. 기분 탓만은 아니었다. 많이

             벌고 많이 쓰는 삶은 결국 ‘많이 벌어’야 가능한 삶이었다. 많이
             벌기 위해서는 많이 일해야 했다.



               주말에는 백화점 가서 쇼핑을 하고 외식도 하자고 했어. 걔가 나한

             테 입을 맞추며 말했어.
               “조금만 돈이 있으면 한국처럼 살기 좋은 곳이 없어. 내가 평생 너
             편하게 살게 해줄게.”

               그렇게 말하고는 씻지도 않은 채 침대에 누워 바로 곯아떨어졌다.          *



               소설 《한국이 싫어서》에 등장하는 지명이는 계나를 행복하
             게 해주겠다며 주말에는 쇼핑하고 외식하자 약속한다. 그리고








             26   인생에서 중요한 것만 남기는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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