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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적인 커리어 번아웃(탈진 증후군. 에너지가 소진된 기분을

             느끼는 증상—옮긴이)이었다. 35세 무렵, 해야 할 일을 대부분 끝
             낸 상태였다. 각종 최고 권위 학술지에 논문을 게재하고, 저명한

             간행물에 종교와 심리학 관련 글을 기고했다. 똑똑했다면 악착
             같이 일했을 것이다. 그런데 난 안절부절못했다. ‘이제 뭘 하나?’

             라고 자문했다.

               같은 연구를 반복하리라는, 학계에서 다람쥐 쳇바퀴 돌듯 살
             리라는 예상은 악몽 같았다. 게다가 종교처럼 논란의 여지가 큰

             이슈들은 명확한 규정이 어렵지만, 난 이미 주요 연구 과제의 해

             답을 찾았고 적어도 스스로 만족했다. (질문: “종교 개념들이 인
             간 정신의 산물일 확률은 얼마나 될까?” 답: “어마어마하게 높

             다.”)
               직업의 열망이 시들해지면서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슬레이

             트》 《플레이보이》를 비롯해 몇 군데 잡지에 대중적인 과학 에세
             이를 기고하는 데 몰두하기 시작했다. 외설스러운 과학 내용이

             내 트레이드마크였다. 고릴라 털, 사면발이, 사람의 체모, 정자의

             신비한 정신약리학적 특징, 특이한 성기가 그런 모양이 된 이유
             가 궁금하면 나를 찾아오면 해결됐다. 사실 《왜 성기는 그런 모

             양일까?Why Is the Penis Shaped Like That?》라는 책도 냈다.
               그다음에 쓴 책의 제목은 《PERV(성도착), 조금 다른 섹스의

             모든 것Perv: The Sexual Deviant in All of Us》이었다. 왜 누구는 팔다리 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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