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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명이 나였다. 난 수업 중간과 주말 밤에 보호소에서 자원봉

             사를 했다.
               이후 몇 년간 노엘과 딱히 부녀의 유대는 아니더라도 비슷한

             관계가 되었다. 어느 밤 노엘이 잠에 취해 따뜻한 우유로 배를 채
             우고 내 가슴에 기대 트림을 했다. 나는 노엘의 작은 털북숭이 손

             을 잡고 찬찬히 살폈다…… 초승달 같은 속손톱, 팔목 위쪽 거친

             검은 털의 모낭. 매끈한 분홍 손바닥에서 뻗은 예쁜 손가락 다섯
             개, FBI가 관심을 가질 만한 지문, 손가락 관절.

               노엘의 손을 잡으니 내 손과 너무 비슷해 충격을 받았다. 물

             론 인간과 침팬지가 같은 뿌리에서 나왔으며 서로가 ‘생존한 가
             장 가까운 친척’이라는 걸 알았고, 노엘의 지적 능력에 놀란 적

             이 많았다. 하지만 노엘의 손가락 관절이, 작은 정자 같은 도톰하
             고 주름진 관절이, 바다처럼 거대한 지 指관절의 시간 속에서 생

             긴 관절이 비슷하게 형성된 내 손가락 옆에 놓이니…… 노엘이
             인간과 비슷해서가 아니라 내가 동물과 비슷해서 놀랐다. 아니

             난 동물이었고, 동물이다. 학부 인류학 교과서에는 인간의 진화

             가 아주 오래전 포효하는 매머드, 부싯돌, 불이 있는 사바나에서
             일어난 사건인 듯 나온다. 그런데 손으로 확인되는 내 족보가, 아

             니 신성한 유물이 여기 있었다. 내 손에 쥐고 돌려볼 수 있는 심
             오한 진실이.

               이런 깨달음은 내 편협한 세상을 완전히 뒤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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