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 -
P. 5

없이 어떤 이미지가 머릿속을 맴돌았다. 고통에서 해방시켜주는

             삐걱대는 가지에 목맨 내 시신이 빙그르르 도는 이미지가 불쾌
             하지 않았다. 어처구니없는 생각이다. 내 시신을 어떻게 볼 수 있

             다는 건가! 또 애당초 벗어나려고 몸부림친 그 머리통에 박힌 눈
             으로 본다면 죽음이 무슨 소용인가?

               그럼에도 마네킹이 생기 없이 빙그르르 도는 상상 속 장면에

             서 관심을 돌릴 수가 없었다. 오래 괴롭게 살던 주인이 어울리지
             않는 세상에서 빠져나간 뒤 버려진 애처로운 부대자루.

               세계적으로 연간 백만 명이 자살하고 그 몇 배가 자살을 시도

             한다. 그것도 상당히 보수적으로 잡은 수치일 것이다. 자살과 자
             살 시도는 오욕이고 보험금 청구 불가 요건이기 때문에 공식 통

             계를 집계할 때 신고되는 건수가 적다. 그런데도 이 수치는 대략
             40초에 한 명꼴로 자살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여기부터 다음

             문단을 다 읽을 때까지 어디선가 누군가 이 세상에서 한 번 더
             숨 쉬느니 죽는 게 낫다고 결정하고 스스로 영원히 인구 한 명

             을 줄일 것이다.

               물론 자살에 이르는 특별한 이유는 당사자들의 유전자만큼이
             나 다양하지만 이 치명적인 행동으로 몰아가는 공통의 이유가

             있긴 하다. 이 책에서는 그 모호한 주제들을 다루고, 결국 역사상
             가장 묘한 수수께끼로 꼽히는 자살을 이해하게 될 것이다. 다른

             건 다 건강한 사람이, 인생 황금기에 왜 ‘순리를 거스르려고’ 할





                                       12
   1   2   3   4   5   6   7   8   9   10